우리집에는 와인 글래스가 딱 한 개 있다.
마트에서 와인 글래스를 끼워준다는 유혹에 어느날 싸구려 와인을 샀는데 너무 머리 아파서
한잔도 안마시고 고기 요리에 모두 넣어버렸었다.
그 이후 와인을 마실 때면
혼자라도 그 와인잔에 마신다.
치즈 한 조각을 떼어 먹으며 와인을 홀짝 홀짝 마신다.
몸 안에 기분좋은향이 목젖을 타고 넘어간다.
봄에 선물받은 와인을 여태 안마셨다면
올해 나는 술을 많이 안마시고 산 것일까?
이미 개봉해서 한 잔 마셨다. 이것도 한달도 넘은 듯 하다.
오늘은 두번째..
눈오는 밤
혼자 와인을 마신다.
술에 감정을 속이거나 의지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눈오는 밤
나는 와인을 마신다.
붉은 레드와인의 빛깔에
내 욕망과
내 절망과
내 사랑의 깊이를
깊이깊이 묻어버리기 위해서...
묻어버리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