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이틀이면 모두 녹아 없어질 눈조각들을 기억에 잡아매고 싶어서 아이를 등교시키고 동네 앞산입구에서 몇 장 찍어두었다.
열 살의 나는 이 눈을 보며 나중에 소설을 쓰고 싶다고 여겼고 열다섯의 나는 시를 쓰고 싶다고 여겼고 스무 살의 나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걷고 싶다고 느꼈고 서른 살의 나는 이 설경에 아이를 넣어 예쁜 사진을 찍어주고 싶다고 여겼고
마흔 넘은 나는
그냥
바라만 본다.
눈..
아무 소망도 담지 않고 그냥
눈... 만 바라본다.
이제야 비로소
눈을 제대로 보고 있다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