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오후에 학원을 하는 나의 또다른 선배와 만나기로 했는데 나와 시간이 맞으면 같이 보자는 내용이었다.
수업이 있어서 그 시간에 맞추긴 어려울 것 같고 끝나고 시간되면 뵙자는 인사를 하고 통화를 끝냈다.
그러더니 밖에서 보지 말고 아예 선배집에 다녀가라는 말씀..
집에 들어가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다하다가 집에 늦을 것 같아 좀 망설였다.
그러나.. 와서 보고 싶은 책있으면 가져가라는 유혹에 홀딱 넘어가 기어이 집에까지 갔다.
때이른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하다가 일어서려니
그때까지 편하게 놀다가라고 아들방에가서 혼자 놀고 계시던 선배언니 남편께서 야구모자를 쓰고
개포동에서 충무로역까지 바래다주셨다. 처음에 뵐 때도 눈빛이 형형하셨는데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형형하신 눈빛이다.
그러나
세월을 비켜가지는 못하는지 이전보다 나이들어가고 계시는 게 느껴졌다.
나만 보면 아무것이나 쥐어주고 싶어가는 선배언니가 나에게 준 가방.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예쁘다.
오늘은 그 가방을 들고 교회에 가니 가방이 예쁘다고 다들 한마디씩 거들어주신다.
그리고 두권의 책..
아이들 키우는 아줌마 수다에 걸맞게 영어교육 책도 한권 끼워 주셨다.
읽지 않은 책이 기다리고 있으면 늘 행복하다. 내 남은 시간여행에 함께 따라올 활자들이 너무나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30일을 전후해서 휴대폰이 맛이 갔다. 작년 7월로 만 2년이 된 것이다. 몇개인지 모를 휴대폰이 내손을 거쳐갔으나 내돈을 지불하고 산 두번째의 휴대폰이다. AS센터에 맡겨 수리를 받을까도 했지만 전자제품처럼 한동안 사용 안해도 되는 물건이 아니라 대리점에 가서 새것을 장만했다. 오른 쪽 것이 새로 생긴 것. 이건 공짜로 받았다.
이틀간 불통되었지만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밀린 문자들 속엔 수업시간을 묻는 학생들 문자가 몇건.
연말에 새해인사를 나누는 문자 몇건..
언제부터 나는 이 기계에 종속이 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