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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참 따뜻한 곳

 

아들아이의 작년 교회 담임선생님은 청년이다.

지명도가 높은 대학을 나와 포항공대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우연히 아이가 선생님 이야기를 하길래

놓쳐버린 아들아이의 수2 수업을 의뢰하고 싶어서

교육비를 넌지시 친구가 공부하려 한다고 여쭤보라 했더니

우리아들놈 아주 민망하게 직접 들이대었다.

 

겨울방학 특강을 학원에서 시키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아들녀석이 학교에 자율학습신청을 매일 하는 것으로 신청해서

그것을 변경할 수 없다고 고집을 피웠다. 그나마 정신을 놓쳐 자율학습 신청 시기를 놓친 것을 담임선생님께 사정해서

겨우 신청을 했는데 날자 조정을 다시 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란다.

아이고 나의 위대하신 아드님은  정신을 어디에 놓고 다니는지 내 애를 먹인다.

 

당황하신 선생님이

여차여차 어렵게 시간을 내어 토요일마다 수학을 봐주시기로 했다.

그러나 한사코 두달간 5만원만 받겠다고 한다.

아들아이와 같은 학년인 친구 한명과 같이 무료수업을 해주시겠다는 뜻이다.

며칠전 그 친구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나에게 의견을 묻길래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했지만

과외비보다는 저렴하고 학원특강비보다는 높여서 드릴 생각이라 했더니

그분도 흔쾌히 응하셨다.

 

그래서 선생님의 계좌에 무작정 입금을 하고

아들에게  선생님에게서 나중에 다른 말이 나오면 엄마에게 돌리라고 저는 모르는 일이라고 둘러대라고 시켰다.

 

그 청년의 마음을 받은 것만으로도 너무나 고마울 뿐이다.

그나마 그만큼이라도 내가 드릴 수 있는 여건이 되었음을 감사드린다.

 

며칠전

내가 일요일마다 오후에 무료수업을 해주는 아들아이 친구 어머니가 내게 백화점 상품권을 쥐어 주었다.

집에 돌아와 열어보니 좀 큰 액수다.

애초에 돈을 생각하고 한 수업이 아니라 그건 좀 미안한 일이다.

그러나 감사히 받기로 했다.

 

내가 청년에게 좀 넉넉히 주고 싶어하는 것처럼 그분도 내게 주고싶었을 것이라는 마음을 받아들이고 싶은 것이다.

 

아들아이가 비싼 수업료 대신 사랑을 먹고 공부하여

나중에 유능하고 능력있는 사람이 되었을 때 그렇게 남에게 베풀 수 있기를 기도한다.

 

세상은 참 살만 한 곳...

 

아주 따뜻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