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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걷다

작년 여름

저녁이면 작은아이와 이 냄새나는 우이천을 걷고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추워지면서 아들아이에게 너무 피곤한 일 같아

나는 헬스장으로 운동을 바꾸고 걷기는 중단되었는데

지난주 작은아이가 열감기로 일주일간 학교를 가지 않게 되어

나와 아주 오래오래 시간을 보냈다.

일이 좀 한가해지는 주말에

아들아이와 다시 우이천을 걸었다.

 아침이라 사람이 좀 없었다. 아마도 햇볕이 강했으면 걸을 엄두를 못냈을 텐데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흐렸다.

그래서 아들아이를 꼬드겨 길을 나섰다.

 며칠전  내린 비로 물이 불었는지 평소보다 많은 양의 물이 하천에 넘쳤다.

 

 

가을의 꽃

코스모스같은 여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어려서 안해본 바는 아니지만

그처럼 마르지도 않고

키도 크지 않기 때문에

그런 꿈은 내던져 버렸다.

그래도 코스모스가 피면

가만히 다가가 고개를 들이밀게 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코스모스

꽃잎이 너무 얇아서 금방 시들어버리니 꽃집에선 경제가치가 별로 없지만

그덕에 나같은 서민도 편안히 바라볼 수 있는

가을꽃 코스모스...

 

너 참 오랜만이야

 

빙긋 인사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이제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이 간간이 눈에 띈다.

 좀더 멋진 곳에 가서 살지 왜 이처럼 냄새나고 차도 많이 다니는 이곳에 와서

어슬렁거리는 거니?

 

그래도 이 하천에 오리와 날렵한 다리를 가진 새를 볼 수 있어서

나야 좋지만..

 

 

또 걷다가 아이와 탄성을 지르며 들여다본다.

팔뚝만한 크기의 물고기들이 떼지어 몰려다닌다.

너네도 친구가 필요하구나.

끼리끼리 몰려다는 것을 보면 말이야.

 

그리고 마지막 코스

우이천을 올라와

아침시간이라 텅비어 있는 놀이터에 다다랐다.

 달밤에 체조하듯이 어둔 밤에만 다니던 놀이터에

이날은 환한 아침에 갈 수 있었다.

이젠 그네를 더이상 밀어달라지 않는다.

혼자 힘으로

힘조절하는 요령을 터득한 아들

 

 

 

 

 엄마 따라 며칠간 같이 걷느라 고생 많이 했지?

가을은 어느덧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쳐들어와

마음을 빼앗아가고 있다.

 

나는 지금 가을을 지나는 중...

 

걷고 걷고

걷다.

 

마흔 다섯의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