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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9 고구마

 

마트에서 장보다가 껍질이 붉은 고구마를 샀다.

군고구마를 해주니 아이들이 너무 잘 먹어서

금방 동이 났다.

 

그러던 차에 동네에 야채트럭이 와서 고구마를 한 박스 샀다.

하루에 두번씩 군고구마를 만들기도 하는데

식탁에 두면

오며가며 간식으로 먹고

밥먹고 나서도 곧잘 먹는다.

 

뭘 잘 안먹는 우리둘째도 잘 먹어서

자꾸자꾸 먹이다 보니

한박스나 되는 고구마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다시 트럭을 기다리고 있자니 하도 안와서

결국엔 시장에 가서 고구마를 좀 사서 아껴서 먹고 있는데

오늘 아침 드디어 고구마를 파는 트럭이 지나가길래

부리나케 지갑을 들고 나갔다.

 

봉지봉지 미리 싸놓은 고구마는 보지도 않고

박스가격을 물으니

아저씨가 빈 박스를 들어서 금방 고구마를 채워서 주셨다.

 

이젠 실컷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겨울 식량 들여놓은 것처럼

뿌듯해지는 이 마음은 무엇일까? ㅎㅎㅎ

 

학교에서 돌아온 작은아이가

오늘따라 식탁에 놓여있는 고구마를 아주 맛있게 먹으며 모자란 표정을 지었다.

나갈 시간이라 바쁘니 다녀와서 다시 구워주겠다 하니 그러라고 한다.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학생 어머니가 작은 상자를 하나 내미신다.

주말에 구고마를 캐왔는데 나에게도 좀 나누어주시겠단다.

와우.. 고구마 너무 좋지요.. 하고 넉살좋게 받아들고 왔다.

 

캔지 열 흘이 지나서 먹어야 한다고 했으니

 그 사이에는 아침에 사놓은 요 고구마를 먹으면 된다.

 

이만큼의 양을 다 먹고 지금 두박스째 먹으려고 하는 중..

고구마 매니아가 되었다.

 

갈피를 잡을 수 없도록 혼란스런 나날이 지속되고 있다.

며칠전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눈여겨 보아둔 퀼트샵에 들러

필통 패키지를 하나 구입했다.

 

그리고는 하루종일 천조각 오려놓고

다음날 하루종일 그것을 이어 붙였다.

35조각을 이어붙여 필통을 완성하고

작은아이에게 내미니

자기는 이미 필통이 있으니가 필요없다고 한다.

 

바느질하는 엄마가 아들녀석 필통 하나도 못만들어준 게 미안해서

열심히 만들었는데

정작 녀석은 별로 관심이 없다.

 

그래?

그냥 엄마가 사용할게... 서운했지만

남자아이라 그런지 별관심이 없는 게 너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큰아이것도 만들어주려고 오려둔 천조각이 책상 위에 놓여있다.

틈나는 대로 바느질을 하다보면

세월을 견딜 수 있으리라 낙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