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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퀼트이야기4

 간간이 바느질 상자를 꺼내어 단추를 달거나 튿어진 옷가지를 꿰매기도 했지만

 아득한 그리움처럼 바라만 보고 있던 퀼트를 다시 시작한 것은 작년 가을이었다.

 

 혼자서 바느질하기 외로워서 동네 퀼트샵이나 문화센터를 갈까도 했지만

 이미 3년이나 배운 내가 거기를 가서 더 배울 것은 없을 터였다.

 외롭지만 그냥 이것저것 만들기로 작정을 하고

 오래 안다니던 동대문 상가에 가서 두 세번 천을 사들이기도 했고

 퀼트솜이며 지퍼 등을 다시 사기도 했다.

 

 인터넷의 퀼트사이트를 검색하며 미적거리다가

 드디어는 내게 있는 퀼트책에서 힌트를 얻어 원래 사이즈보다 좀 작게 가방을 하나 만들기로 작정하고 5센티미터 정사각형을 84개 이어붙여 다림질을 하고

퀼팅선을 그려넣고 솜과 안감을 대고 누벼서는

 

 

 이렇게 가방을 완성했다.

 가죽손잡이는 아마도 4년전쯤 사다놓은 것이다.

 

 이불같은 큰작품을 할 때 가르치는 선생님께서 퀼팅선을 여러 장 복사해 나누어 주셨다.

 그것을 OH필름에 복사해서 커터칼로 오려내어 퀼트선을 그리는데 썼다. 뒤적여보니 그것이 그대로 서너 장이나

 잘 보관되어 있었다. 그래서 가방 옆면에 퀼팅선을 그대로 그려넣고 천과 보색대비의 핑크색의 퀼트실로 퀼팅을 했다.

 연말이 되기 전에 완성하여 올겨울엔 이 가방만 들고 다닌다.

 솜을 넣고 누빈 것이라 무릎 위에 놓아도  이불처럼 참 따뜻하다.

 그리고는 가지고 있는 퀼트천을 오려내어 스트라이프로 연결하여 여러 개의 필통을 만들었다.

 

 

 

 

 이 색색의 천조각들은 모두 10년 전 바느질 처음 시작할 때 사들여 10년 동안 내 손길을 기다리며 그렇게 잠자코 나를 기다려주었다.

 아직도 나의 바느질은 진행중..

 

책은 던져놓고 바느질만 하며 지낸 가을과 겨울..

김탁환의 리심과 신경숙의 리진

그리고 공선옥의 산문집 외에 그리 읽어댄 책이 없다.

 

책이 주지 못하는 위안도 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풀어갈 수도 있는 일이지만

혼자서 잠잠히 있고 싶을 때는

손가락이 아려와도

작은 바늘을 손에 쥐고 옷에 실가루와 천조각을 묻히며

겨울밤 친구삼아

세월을 건너고 있다.

 

아직도 나는 바느질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