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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1 & 2

 

1. 금요일 오후

연극'감독, 무대로 오다' 시즌2<연극 사나이 와타나베>를 백암아트홀에서 그것도 R석에서 관람했다.

조선인 야쿠자의 자전적 이야기를 저예산 영화로 만든다는 이야기가 줄거리이지만

와타나베라는 인물에 깊이 매료되었던 시간이었다.

연극은 관객과 배우가 같이 호흡하는 현장예술이라 그런지 같이 박수치고 웃으며

감상할 수 있는 장르여서  매우 가깝게 느껴졌다.

영화와 달리 연극무대에서는 배우들의 발성이 또박또박 분명하고 과장되게 표현되는 것도 나는 좋다.

아이들에게 또박또박 반듯하게 말하기를 강조하는 엄마인 나는

이처럼 분명한 발음이 참 좋기 때문이다.

야쿠자 와타나베는 자신의 삶을 반추하다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지나치게 과장되고 미화된 이야기로 자신의 이야기를 수정한 이유에 대해서...

마지막 죽음의 순간에 혼자 내뱉던 소리..

자신의 삶이 삼류라 영화 안에서는 바꿔보고 싶었다고

삼류를 삼류 아닌 것처럼 그려보고 싶었다는 넋두리...

 

그럼 내삶은 과연 어디쯤?

혹시

오류는 아닐까? ㅋㅋㅋ

 

2.지난주 일요일에 작은음악회에 초대를 받았다.

토요일 저녁 피아노연주회에 오라는 초대였다.

음악회에 가는 것이니

평소에 잘 안입는 치마를 갖추어 입고 콘서트장으로 향했다.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절친인 집사님의 여동생이 미국에서 귀국하여

 미시건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여동생의 아들이 1부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고

 2부에서  여동생의 딸이 노래를 하는 음악회였다.

 

 장소는 내가 출석하는 교회..

 

 

 한달 전 교회에 새로 생긴 그랜드피아노를 연주하는 오늘의 연주자..

 바하와 쇼팽을 연주했는데

 나는 듣는 귀는 있지만 자세히는 모른다.

 그저 손가락의 현란한 움직임과 연주자의 심취한 표정에 압도되어 즐감했다.

 곧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원래는 다른 전공이었는데 피아노를 너무 좋아해서 전공을 바꾸었단다.

 이들의 연주가 끝나고 어른들 8명이 찬송가를 부르는 것으로 공연은 끝이 났다.

 

 올해 83세인 고령의 할아버지는 절친 집사님의 친정아버지이시고

 은퇴하신 목사님이시다.

 그런데 갑상선암으로 치료받으신지 몇해째 되시고 목에 관을 연결하여 음식물을 튜브로 드신다.

 그소식을 들은지 벌써 몇해째가 되어가는데 아직도 살아계신다.

 식도를 모두 제거하고 목에 튜브를 끼우시는 수술을 받으시자 나는 이 목사님이 오래 못사실 줄 알았다.

 한번도 뵌 적이 없었지만

 그래서 명절에 아버지 뵈러 갈 때 과일 한 박스 사다드리라고 절친 집사님께 봉투를 전해드린 적도 있었다.

 

그해에 미국에 살고 있던 목사님의 둘째딸이 아버지를 뵈러 다녀가기도 했는데

이번엔 아이들을 데리고 아버지를 뵈러 온 것이다.

아프신 할아버지께 드리고 싶은 선물로

손자와 소녀가 마련한 작은 음악회였다.

친한 친척만 모이는 이 자리에 초대받은 건 행운이었다.

 

목소리는 하나도 안나오지만

아기들과 어린 학생들의 볼을 쓰다듬으시며 웃어주시던 할아버지목사님...

 

아들 둘 딸 둘

 

한 손녀는 음악회 포스터를 디자인하여 컴퓨터로 출력하고 음악회의 순서지를 만들고-지금 산업디자인과4학년 졸업반이다-  다른 손자와 손녀는 피아노를 연주하고

목소리로 연주하고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목사님의 수확이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끝나고 김밥과 치킨 떡 수박을 준비하여 교회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식사까지 했다.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오늘의 기억으로 그 목사님은 참 행복하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농사는 이렇게 짓는 것이라는

아주 멋진 선물을 덤으로 나는 받았다.

 

두 건의 문화생활은

모두 무료였다.

1은 티켓소지자와 함께 갔고

2는 무료 음악회 였으므로...

 

내게 이런 문화생활이 가능한 것은

나를 지극히 사랑해주시는

위에 계신 분의

친절한 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