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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고개숙이고 가만가만 숨어지내고 싶은 여름이었다.

 왜냐하면

 그리 즐겁지도 기쁘지도 않은 나날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누구에겐가

 하소연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나약하게 비치는 것도 원치 않았다.

 

 그냥 견디며 보냈다.

 

 북서울 꿈의 숲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이다. 의자가 참 특이한 디자인이었는데 앉아보니 참 편했다.

 아이들 데리고 산보삼아 여름에 몇번더 다녀왔다.

 운동이 부족한 큰아이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집에 일찍오면 기꺼이 같이 나서서 가주었다.

 

 언니와도 다녀왔고

 더운 여름날 엄마 모시고도 다녀왔고

 작은아이와 둘이서만 다녀오기도 했다.

 전망대에 오르기 전 층계에 이처럼 멋진 집이 모여 있었다.

 

 이같은 모양의 필통을 여섯개쯤 만들어 학생이나 아들친구들에게 선물했다.

 여름용으로 만든 내 가방은 봄날 가르치던 학생이 대학에 들어가고 같이 밥먹자고 연락이 와서

 나갔다가 그 아이에게 주어버리고 나니

 내가 들고다닐 가방이 없어서 새로 만든 것이다.

 꽃무늬를 유감없이 넣었으니 꽃밭이다.

 촌스러워도 나는 내 멋에 겨워 이 꽃가방을 여름내내 들고 다녔다.

 가죽가방보다 가벼워서 내 어깨도 편안한 여름이었다.

 위의 사진은 가방끈을 달기 전의 모습..

 찬물을 마시면 온도차 때문에 컵에 물방울이 맺혀 그것이 식탁위를 적셨다.

 그래서 부랴부랴 이미 많이 오려둔 사각의 조각을 모아 컵받침을 만들었다.

 

 곱게 싸서 작은아이 담임선생님께 보내드렸다.

 한번도 뵌 적은 없지만

 찬찬히 아이에 대해 전화로 이야기를 해주셔서

 이처럼 초라한 선물도 허물없이 받아주시리라 믿으며 아주 작은 선물을 보내드렸다.

 그리고는 우리집에서 사용할 것도 몇개 만들어 지금까지 물 마실 때나 커피 마실 때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외에 도장지갑도 3개나 만들어 각각 그 주인을 찾아갔으며

 파우치도 2개나 만들었다.

 파우치는 모두 예쁘게 만들어졌는데 그건 귀찮아 사진에 담아놓지 않았다.

 이 책 읽을래? 하고 묻지도 않고

 책을 빌려주시는 분이 계시다.

 그럼 나는 아무 토도 달지 않고

 어머나.. 책이네.. 반색하며

 받아들고 빌려주신 책을 다 읽는다.

 나는 또다른 분에게 말없이 내 책을 빌려드린다.

 그러면 그분도 나처럼 아무 말 않고 내 선택을 신뢰하며 그책을 받아드시며 함빡 웃으신다.

 

 책품앗이가 옆으로 번지고 있다면 참으로 기분좋은 세상 아닌가?

 

 올여름 덕혜옹주의 슬픈 사연과 만나 먹먹한 가슴으로

 속앓이를  했다면 이는 내게 그 책을 빌려주신 분의 덕이다.

 타인의 아픔에 같이 아플 수 있는 감성이 아직은 메마르지 않았음을

 일깨워주셨으니...

 

 올해는 김영하와 권여선을 많이 찾아 읽었다.

 여러 권 읽어가면서 그 작가를 조금씩 더 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할말이 많았는데

 너무나 귀찮아서 읽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귀찮음의 정점에서 책에 눈길 한번 주고

 책뭉치를 한 장 찍어놓는 것으로 독후감을 대신하고 싶은

 얄팍한 계산으로 내 귀찮음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친구가 극찬한 장주네의 <도둑일기>를 읽다가

 몇해전 읽었던 <바람의 그림자>의 저자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책을 만났다.

 요즘은 그의 <천사의 게임>을 읽고 있다.

 

 

 별모양의 패턴을 <레몬스타>라고 한다. 그걸 여덟개 이어 붙여서 휴지케이스를 만들었다.

 휴지케이스가 큰아이 나이보다도 더 오래 되었는데 세탁기를 돌려 빨았더니 너덜너덜해졌다.

 손빨래를 했어야 했는데

 너무 오래 사용했으므로 좀 지겹기도 했다.

 그래서 새로 하나 만들었다.

 요 위의 패턴은 <뉴욕 뷰티>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의 머리부분을 패턴으로 응용한 듯 하다

 이건 <캘리포니아스타>

 요것이 <레몬스타>

 

 내 여름이불에 있는 패턴들이다.

 이제 찬바람이 불면 솜이불과 자리를 바꾸겠지만

 10년 넘게 애용하는 나의 여름이불이다.

 퀼트 중급반 때 배워서 완성한 것이다.

 

 일요일이면 두시간은 성가연습을 하기 때문에 나는 물을 가져가거나 블랙커피를 한 병 타서 가방에 가져간다.

 제일 왼쪽것이 내 것이고 가운데 것은 큰아이것 오른쪽은 작은아이 물병커버이다.

 여름이라 물을 얼려가지고 다니는데 물병커버에 담아가니 다른 것이 젖지도 않고 보냉효과까지 있어서

 오래도록 찬물을 마실 수 있다.

 

 

 내가 참 좋아하는 선배언니에게 하나 더 만들어 선물했다.

 블랙앤 화이트만을 고집하는 나의 학생에게 선물한 필통

 엄마 생신날을 기념하여 사촌들과 밖에서 밥을 먹긴 했지만

 생신날 당일에 엄마와 같이 밖에 나가 점심을 사드렸다.

 그리고 꽃천을 늘어놓고 이어붙여

 엄마의 가방을 만들어드렸다.

 이 천은 패치워크의 완성단계

 

 솜과 안감을 대고 시침질을 한다음 퀼팅으로 누벼주고

 지퍼와 손잡이를 달아 엄마에게 드렸다.

 10년전 엄마는

 힘들게 그걸 왜 하느냐고

 그냥 돈주고 하나 사라고 말리시더니

 이젠 엄마것도 하나 만들어달라고 하신다.

 

 예전의 엄마는 딸이 힘들까 배려를 하며 말리셨는데

 지금의 엄마는 이전보다 아기같아지셔서

 당신만 위해달라고 하신다.

 

 언니와 만나면 엄마흉보고

 친구한테도 엄마흉 자주 보지만

 40 넘은 나나

 50 넘은 언니는 아직도 이유식을 못뗀 어린아이이다.

 엄마주위를 뱅뱅돌며

 엄마표김치를 받아다 날름날름 먹어치우고 있으니...

 

 

 북서울 꿈의 숲에 다니고

 책 읽고

 바느질하며

 올여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