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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

 

요며칠 사이에

체중이 2kg은 늘어서 오늘은 좀 조심해서 먹는 걸 절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입이 짧은 둘째가 이른 저녁을 먹은 탓인지 배고프다고 아우성이라

냉장고의 두부를 데워주다가 사단이 났다.

 

별로 배가 고픈 것도 아니었는데 김치에 싸서 먹기 시작했다.

적당히 먹고 남겨도 되는데

나중엔 슬픔처럼 우걱우걱 먹고 있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꺼억꺼억 슬픔처럼 불러오는 포만감이 기분나빠질 때까지 먹고 있었다.

 

두부 반모가 뭐 그리 대단한 양일까마는

나는 슬픔처럼 두부를 삼키고 있었다.

 

지난주 내내 남편이 꿈에 나타났다.

그의 죽음은 다 지워진 탓인지 나는 꿈에서 그와 시시덕대고

깊은 포옹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짙고 푸른 바다를 버스로 건너는 꿈을 꾸기도 했다.

 

어젯밤 아이와 동네 공원에 꽃구경이라도 갈까 하다가

집에 들어오는 길에 막걸리 한 병을 사가지고 들어와 때이른 잠을 자고

새벽 두시에 깨어났다.

 

세탁기의 빨래를 널고 나도 아침은 오지 않았다.

개수대에 잔뜩 쌓인 설거지가 거슬렸지만

예민한 아래층 여자가 구시렁댈 것이 걸려서

물소리나는 설거지는 하지 않았다.

 

펼쳐놓은 채 잠든

책상 위로 가서 앉아 두시간쯤 공부를 했다.

 

5시..

그래도 아침은 오지 않는다.

 

눈을 좀 붙이고 일어나 아이들 아침을 주고

다같이 나서서 교회에 갔다가

오후 늦게 들어왔다.

 

그렇게 일요일의 하루가 저물어 가고

집에 과일이 그저께쯤 떨어졌는데

사과도 포도도 사러나가지 않고 오이만 우적거리며 씹어먹었다.

 

 

그렇게 구겨넣은 음식이 지금쯤 소화가 되어가려고 한다.

일요일은 아무 노동도 하고 싶지 않다.

 

온전히 쉬고 싶은 것은 바람일 뿐

정미경의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를  누워서 읽다가

학교에 공부하러 간 큰아이의 지하철이 끊긴 것 같다는 전화를 받고 일어나 앉는다.

 

일단은 근처에서 번화한 버스정거장으로 가라고 일러주고

거기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라고 일렀다.

 

미련한 놈 같으니라구.

오늘은 일요일이니 10시쯤 나와서 집에 오라고 일렀건만

차 놓치고 동동거린다.

 

아무래도

큰아이가 들어와야

나의 잠은 시작될 듯?

 

재미 없이

세월이 흘러간다..

 

아주

재미 없이....

 

좀 전에 집에 오는 버스를 탔다고

아들에게서 전화왔다.

 

한시름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