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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2011 봄

 

          봄날 혜숙이와 점심을 먹고 헤어지던 길에

          봄꽃  프리지아를 만났다.

          잠시 쪼그리고 앉아 꽃을 바라보던 혜숙이가 내게 사준 노란 프리지아

         

          노란 빛은 내 어린 시절 내가 숨막히게 좋아했던 빛깔이다.

          선휘 또래의 초등학생이었을 때

          나는 땋은 머리를 노란 머리방울로 묶고 다녔으며

          노란 반바지에

          노란 티셔츠를 즐겨 입던 꼬마숙녀였었다.

 

          누가 어떤 색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거침없이

          노란색이라고 말하던 눈망울이 초롱한 여자애였는데           

          지금은 눈망울이 초롱하지도 않고

          그리 눈이 깊은 빛을 지니지도 못한

          그저그런 중년의 아줌마가 되었다.

 

          그래도 아직도 노란 빛을 보면 숨막히게

          어린 날처럼 설레며 좋아는 한다.

 

          마흔이 넘은 내게 어떤 빛깔을 좋아하냐고 물으신다면

          거침없이 대답하는 것은

          어린 시절의 꼬마를 닮았지만

          지금은 보랏빛을 좋아하며

          그빛깔의 아주 작은 제비꽃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 시절과 달라진 점이다.

 

          서른 개의 정사각형 30개를 모아서 붙이고 나서 사선으로 퀼팅을 하였다.

          지퍼를 달아주고

 

 

 

          양끝을 바이어스로 마무리해주면 이런 모양의 필통이 완성된다.

          이 필통의 주인이 될 이의 이니셜 J를 찾아서 조각을 맞추어 주었다.

          올해 고3인 지인의 딸을 위해 만든 것이다.

          만날 약속을 정하고 천을 오려 붙이고 이어서 며칠간 완성했다.

          이것도 봄날의 어느날 전해진 선물이다.

 

          큰아이의 아주 오래된 책상은 몇 년 전부터 내가 사용한다.

          아이에게는 일룸의 큰 책상을 사주고 그녀석이 이전에 사용하던 책상을 내가 사용하는데 공부하기 싫어서

          무수히 연필로 찍어대던 구멍들이 박혀 있다.

          연필을 잘근잘근 씹어대기도 하는 모양이었는지 연필엔 늘 이빨자국이 배어 있곤 했는데

          지금 그 나이의 작은아이의 연필도 성한 게 하나도 없다.

          나는 그 유명한 타이거맘도 아닌데 우리아이들은 연필 쥐고 뭘 하는 게 그리 지겨운 모양이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어느날 

          엄마가 눈물을 뿌리며 견디어낸 30대를 알아주지 않아도 좋지만

          40대의 대부분은 그 아이들과 함께 지낸 날들만큼은 예쁘게 추억해주길 바라는 것은

          내 욕심일 것이다.

 

          이제 초로의 나이로 접어들며

          아이들이 내게 선물이었던 것처럼

          나도 아이들에게 선물처럼 반가운 존재로 각인되고 싶다는

          욕심을 부려본다.

         

          의무감이나 부담감 말고

          선물같은 존재로 각인되고 싶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