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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2011 여름

 

 H의 막내 동생이 언니 심부름이라며 사다준 치즈 케이크

 너무 맛있어서 그날 내가 반은 먹어치운 것 같고

 저녁에 아이들이 다 먹어버렸다.

 꽤 오래 전에 H가 요구르트균을 달라고 했는데 나는 밤에 늦게 돌아다니는 사람이고 H와 사는 곳도 멀어서

 잘 만나지지 않았다.

 그간 내가 발효시켜서 많은 사람들에게 분양을 했지만

 균이 죽었다고 다시 달라고 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내게 이런 선물을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도 K에게 공짜로 받았고

 공짜로 주는 게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

 당연시 했는데

 맛있는 치즈케이크를 받으니 예상치 않은 선물이라 너무 고마웠었다.

 H의 막내는 유전형질의 진화인지 10년은 더 젊어서인지

 H보다 더 이뻤다.

 더 이쁘다고 전해주니 H는 동생이라 그런지  기분좋게 응대해주었다.

 이 맛있는 치즈케이크가 상자만 남기 전에 한 컷!!

 4년 남짓 직장생활을 하는 중에 알게 된 사람들과 매달 한번씩 만난다.

 주로 심야에 24시간 술집에서 만나지만 술은 한모금도 안마시고 안주만 축내는 좀 이상한 아줌마들 틈에서

 난 맥주를 한두잔 마시기는 한다.

 그중의 한 멤버인 선진 씨는 그 모임의 제일 막내인데

 철이 없는 나보다 더 어른스럽고 살림도 잘하는 여인네인데

 그녀가 주말농장에서 따온 싱싱한 야채를 이번 6월 모임에는 쇼핑백 가득 담아와 이처럼 나누어 주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아침에 혼자서 다녀온다고 한다.

 이 푸릇한 야채에 어제 아침에 삼겹살 구워서 아이들 먹였다.

 저녁에 다 모이기 힘드니 우리집은 주말이 아니면 평일 아침에 이런 고기를 먹기도 한다. ㅎㅎ

 올여름 아이와 토마토 모종 3개와 화초 몇가지를 샀다.

 모기 퇴치에 좋다는 허브까지..

 창가에 두고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거나 토마토모종이 시들면 물을 듬뿍 주기도 한다.

 키워보면서 느끼는 것 한 가지.

 토마토는 양분이 좀 많이 들어가게 좀 큰 화분에 흙을 더 담아 옮겨주어야겠다고 여겼다.

 자식을 키우는 것도 이와 마친가지

 넓은 토양 위에서 아이가 마음껏 빨아들이고 자랄 수 있도록

 부모는 다양한 경험과 양질의 책을 읽혀야 한다는 자각도 들었다.

 아직 어린 둘째에게 많이 부어주어야겠다는 부모로서의 자각!!

 광화문에 약속이 있어 나갔다가 가슴을 치는 귀절을 만났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는 일

어마어마한 일을 날마다 경험한다.

 

세상에 홀로 서 있다는 자각이 들 때마다

선물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이처럼 사소한 일상을 기록해 둔다.

선물을 받고 있으니

난 사랑받고 있음이 분명하고

행복하다는 자기암시를 위해서..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