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1
가르치는 학생의 어머니가 비즈로 옷에 장식을 다는 부업을 하신다.
내가 갈 때마다 색색의 구슬을 화려하게 무대복에 붙이고 있다.
원래 잘 사는 집이었다는데 시아버지명의의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고 사립초등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을 공립학교로 전학시키며
생활이 어려워졌어도
여전히 그집엔 엄마 전용의 자동차도 있고
부업을 해도 그리 궁색하게 살진 않는다.
나는 그집의 지독히 공부 안하는 중2아들을 가르친다.
어느날 비즈구슬을 황홀히 쳐다보다가
너무 예쁘다고 감탄을 했더니
엄마가 내게 필요한 만큼 사용하라고 이렇게 조금조금 종류별로 모아서 주셨다.
나 아직도 초딩 공주병을 지닌 탓일까?
이런 예쁜 구슬을 보면 그냥 가지고만 있어도 이리 좋으니 말이다.
나와 6개월을 공부하며 아들은 성적이 오르고 있지만
아직도 징징거리고 아기같이 굴고 숙제 맨날 어렵다고 해놓지 않는다.
이전 같으면 못참고 아이를 끌고 가려고 안간힘을 썼을 텐데
아주 많이 부족한 우리 둘째를 기억하며 너그러워지려고 애쓰고
아이를 기다려주려 애쓰기는 하지만
여전히 답답하긴 하다.
내게 물 한 모금 안 챙겨주어 처음엔 참 정이 안가던 엄마인데
내 말 한 마디에 이처럼 많은 구슬을 챙겨주어서 참 고마웠었다.
하지만 한 가지 기억할 일은
그집에도 여전히 요구르트 균을 전해 주었으며
비염이 있는 학생의 증상을 보고
우리 아이들 먹이려고 사다놓은 유근피(느릅나무껍질)도 덜어서 가져다 주기도 했으니
나눔은 일방적인 것은 아니다.
시골에서 시부모님이 농사 지은 것이라며
어느날 내게 감자와 양파를 싸주시기도 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선물이 오가는 것은 기분좋은 일
선물2
오른 쪽의 작은 상자 안에 예쁜 귀걸이가
이유없이 받은 선물
같은 교회 성가대에서 나보다 다섯 살은 어린 영희 씨가 하루는 내게 전해준 작은 상자 안에 이처럼 예쁜 물건이 들어있었다.
도시철도공사를 다니는 능력있고 멋진 영희 씨네 아들과 우리 둘째는 한 살 차이다.
우리가 성가대 연습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며 엄마들을 기다리는데 요즘 같이 놀아주어서 내가 고마운데
무슨 까닭인지 하루는 내게 이같은 선물을 준 것이다.
덕분에 올여름 아주 이쁘게 하고 다닌다.
선물3
이것도 같은 교회 다니는 세 살 아래의 효정 씨가 내게 준 콩
친정에서 농사지은 것을 받아 먹는 효정 씨는
내 생각이 나더라며 콩과 현미를 나누어 주었다.
작년 여름부터 주식을 현미로 바꾸었다. 최근 현미가 떨어져서 안그래도 새로 구입하려던 차에 너무 잘되었다 하고 고맙게 받았으나
밥을 하여보니 쌀에서 냄새가 났다. 아이들이 냄새 난다고 성화라 한 번 먹고 먹지 않았고 아직도 쌀은 냉장고에 넣어둔 채로 그냥 있다.
이후에 우리는 마트에 가서 현미를 새로 구입하여 먹고 있다.
냄새나는 현미를 어찌할 지 고민이긴 하나
내게 쌀을 나누어준 효정 씨의 마음은 아주 고맙게 받았다.
선물4
좀 비싼 브랜드의 여름옷인데 어깨부분이 못에 걸려 찢겨졌다고 언니가 그랬다.
나를 달라구.. 내가 고쳐서 입어볼 게 .. 그 자리에 아플리케를 하면 될 것 같기도 해.. 하고 떠든 게 화근
언니는 그 옷에 애착이 많은 지 그것을 나를 줄 생각은 안하고 기어이 세탁소에 가서 이렇게 박아 왔다.
그리고 하루는 이 옷을 척 하니 꺼내 오더니 너무도 당연하게 내게 이걸 해달라고 주문한다.
그래서 집에 있는 천을 다 뒤집어가며 어울리는 색을 고르고 꽃을 오려서 어깨와 허리부분에 꽃을 붙여주었다.
그 꽃술에는 학생어머니에서 받은 비즈구슬을 담아 예쁘게 만들었는데
그날은 귀차니즘의 진수를 이루어 리폼한 옷의 사진은 기록해두지 못했다.
고쳐서 가져다 주니
전화 한 통 걸어와 말로 때워 버린 우리 언니...
뭐 바느질 좋아하는 동생을 둔 언니의 크나큰 복이지...
선물5
아픈 내 친구에게 총각김치를 담아서 가져다 주겠노라고 한 달 전에 약속을 하고는
장마철이라 총각무가 없어서 한 달 동안이나 못담그고 있다가
지난주에 드디어 담갔다.
이틀 후 병원에 가져다 주었다.
잘 먹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친구 어머니도 팔순이 넘고 아프셔서 이 친구에게는 김치 담아다주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맛이 없어도 내 정성을 받아주니 이도 고마운 일
이제 나을 가망이 없이 암이 전이되어
마지막에 와 있다고 봐야 한다.
네가 내 친구여서 이 땅에서 내가 아주 행복했다고 아직 그말을 못해주었다.
나 이제 누구에세 절친이란 용어를 사용할 수 있을지 아득해지면서도 말이지.
선물6
어젯밤 아이들과 중랑천을 걷고 있다가 문자를 받았다.
같이 점심먹자는 친구의 제의
소면으로 냉국수에 닭가슴살을 얹어주는 초계국수라고 한다.
너무 맛있었다.
이 지루하고 재미없는 나날에
맛있는 국수를 먹여준 친구의 선물
선물7
아들아이에게 몇년 전부터 무한리필 참치집에 데려가 참치를 사주겠노라고 했지만
가격도 비싸서 선뜻 가지지 않았다.
게다가 작은아이는 얼마 먹지 않으니 그건 손해이고 좀 미안한 일이지만 작은아이를 따돌리고 둘이서만 가자고 은밀히 작당을 하여 놓았었는데
오늘 작은아이가 교회에서 어린이캠프에 갔다.
그래서 지난주에 큰아이에게 그날에 맞추어 참치를 사주겠노라고 약속을 하여 두었다.
그리하여 오늘만 손꼽아 온 아들에게
개봉박두
아들과 친한 친구 한 명을 더 불러서 세 명이 가서 먹었다.
리필 세번 해서 먹음
이건 두번째였나?
선물 8
작년에 결혼한 조카가 이달 말이면 아이를 낳는다.
언니네 큰아들이다.
내겐 첫조카..
좀 깍쟁이이긴 해도 속도 깊고 배려가 많은 우리 조카의 아기에게 선물할 이불
드디어 탑을 완성하였다.
아기는 딸이라고 한다.
이제 남은 일은 솜과 안감을 대고 누벼주고 가장자리를 바이어스로 마무리해주는 일이다.
어서 해야겠지.
이러니 나는 혼자놀기의 진수를 이루고 있는 셈
선물9
낮에 점심사준 친구가 전해준 책 한 권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
내게도 마음수련이 꼭 필요하지
10년도 훨씬 전에 퀼트 중급반 때 완성한 패턴이 스무 장도 넘게 아직 있다.
아동의 이불로 만들라고 하였는데 그걸 연결하지 않은 채 어디엔가 쑤셔놓았다가 이번에 4장을 꺼내어 아기이불에 이어서 넣었다.
내 마음의 실타래들이 풀리는 그날이 오면
나도 꽁꽁 묶어 놓았던
내 기억의 흔적들을 모아서
이처럼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