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어느날
토요일 아침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멀리서 친구가 온다고 전화가 와서
부시시한 생얼로 밥을 사주러 나갔다.
그날 새벽에 내린 비로
낙엽은 빗물에 이리 흔들리고 있었다.
낮에 나가 밤중까지 지낸 그 하루중 가장 재미있었던
모닥불에 고구마 구워먹기
한 개에 천 원씩 하는 고구마를 두번이나 사다가 구워 먹으며
얼마나 웃어댔는지 다음날까지고 안면근육이 아파왔었다.^^
우리 동네 나의 술제자.
한모금도 못마시는 술을 나한테 배워서 나는 그녀의 술선생이다.
그리하여 술제자가 술마시자면 시간을 가리지 않고 그녀의 초대에 응한다.
일요일 저녁 그녀와 맥주 한잔
아무데도 나가보지 않은 채 내 가을은 이렇게 도시의 아스팔트에 갇혀 버렸다.
집에서 한시간 되는 거리를 그녀와 둘이 걸어서 집까지 왔다.
밤길에 낙엽을 밟고 걷는 것으로 나의 가을은 그렇게 지나고 있었다.
아침에 눈뜨면 은행잎이 한웅큼씩 휘날리며 비처럼 날렸다.
그렇게 이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밤중 내 귀가길에도 은행잎은 그렇게 떨며 거리를 가득 메우며 내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겨울로 떠날 여행을 준비하면서...
국화가 찻잎에 갇혀 이제 남은 가을의 기억을 떠올려 줄 것이다.
친구가 선물로 준 국화차를 병에 가득 담아보니 네개나 되었다.
국화꽃이 모두 소진되는 날
내 기억에서도 올해의 가을은 소진 될것이 분명하다.
바닥에 뒹굴어도 꽃처럼 아름다운 가을 낙엽이 되고 싶다.
내 인생의 후반부
어느날 손놓고 떠나가도
이처럼 아름다운 빛깔로 남은이들의 가슴에 피어나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황혼이 물드는 시간에
이왕이면 혼자 말고
누군가와 둘이 이길을 걷고 싶다.
설사 그런 날이 오지 않는다 하여도
사진의 노인장처럼 혼자 걸어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핏빛 단풍이
자주색이 되어
사라지듯이
내 마흔 일곱의 가을도
선연하게 사라져 간다.
어떤 빛으로 남아 있을지는 모른다.
아마도 좀더 세월이 지나면
반추하게 될 것이다.
길 위의 가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