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스티브 잡스/월터 아이작슨/ 민음사

 

미친 자들을 위해 축배를.  부적응자들.반항아들. 사고뭉치들. 네모난 구멍에 박힌 둥근 말뚝 같은 이들.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사람들. 그들은 규칙을 싫어합니다. 또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당신은 그들의 말을 인용할 수도 있고, 그들에게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또는 그들을 찬양하거나 비난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할 수 없는 한 가지는 그들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세상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인류를 앞으로 나아가도록 합니다. 어떤 이들은 그들을 보고 미쳤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천재로 봅니다.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을 만큼 미친 자들....... . 바로 그들이 실제로 세상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522쪽 애플광고의 60초 광고 문구>

 

내가 곧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그것은 인생의 중대한 선택들을 도운 그 모든 도구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외부의 기대와 자부심, 망신 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 거의 모든 것이 죽음 앞에서는 퇴색하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 남더군요.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것은 아까운 게 많다고 생각하는 덫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는 이미 알몸입니다. 가슴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721쪽 2005년 6월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

 

 

전설에 따르면 고대 로마에서 승리한 장군이 거리를 행진할 때면 때때로 그에게 ' 당신도 죽는다는 것을 잊지말라.' 라는 뜻의 라틴어 "메멘토 모리"를 반복해서 말해주는 역할을 전담하는 하인이 뒤에 따라붙었다고 한다. 죽음을 면할 수 없는 운명임을 상기시킴으로써 영웅으로 하여금  주변을 꾸준히 반추하고 겸손한 태도를 갖도록 도운 것이다....<726쪽>

 

900쪽 분량의 방대한 책을 지난주에 다 읽었다.

스티브 잡스의 생애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현실왜곡장>과 <엔드투엔드> 접근법이다.

 

현실왜곡장이란 동기부여를 통해서 불가능한 일정과 불가능한 성과를 가능하게 하는 스티브 잡스의 특징이다.

쏘아보는 눈빛과 설득에 매료 당하여 사람들은 그일을 해낸다고 하였다.

조직을 이끄는 많은 허점들 중에서도 그가 인류사에 깊이 각인되게 하는 요인이 된 것이다.

거침없이 비판을 가하여 숱한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고 오만한 모습을 보였지만

에이급 연구원들로 하여금 도태되지 않고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며 성과를 내게 하고 신제품을 출시하게 한 매력의 한 요인이었을 것이다.

 

엔드투엔드는 애플의 초기 멤버 스티브 워즈니악의 개방성에 대하여 폐쇄성을 고집해온 스티브 잡스의 원칙이다. 모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 대한 통제를 말한다.

애플 이외의 다른 어떤 기종과도 호환되기를 원치 않았던 고집과 집념의 산물이 아이팟과 아이패드 아이폰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애플 제국에서 그는 황제처럼 통치하고 싶어했다. 자기 제품에 대한 바이러스와 렉을 다른 기종의 침입으로 흐트러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책을 읽거나 소설을 읽으면 대체로 감정이입을 잘하는 편이고 작가의 입장에서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한 편이지만

스티브 잡스는 잘 몰입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그 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열정 때문이었다.

일에 대한 열정과 완벽함을 추구하는 그 고집이 대충대충 살아내는 스스로에 대한 질책같이 반성이 되어 경이심으로 책을 다 읽었다.

 

혹독하게 직원들을 다룬 점, 첫딸 리사 브래넌에 대한 미숙한 태도, 지나친 채식주의 등 여러가지 비판할 거리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나친 찬양 일변도의 전기와 다르게 스티브 잡스의 부정적인 면까지 모두 기술하여 온전히 독자에게 그 판단을 맡긴 저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꼈다.

 

한 사람의 일생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 오만이다.

900쪽의 책 한 권 읽었다고 스티브 잡스를 내가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책을 읽는 내내 한 인간과 교류하며

같이 호흡하였다면

나는 그와 연애한 것은 분명하다.

 

그 긴 연애의 정리가 다소 미흡하다 하여도

겨울밤 세기의 고집쟁이와 함께 연애한 일주일을

기록해 두기로 한다.

 

눈 내리는 12월의 어느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