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며
베란다에 있는 화초들을 실내로 들여놓으니 그리 넓지 않은 집이 더 좁아보인다.
게다가 겨울엔 빨래가 잘 마르지 않으니 빨래건조대도 실내로..
요즘 미세먼지가 극성이라 건조기들을 사는 모양인데 나는 아직도 이전과 동일하게 사느라
빨래를 그냥 말린다. 겨울에 실내 습도조절도 된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 말이다..ㅎㅎ
좁아진 실내를 보다가 아들녀석이 화부운~~? 하고 길게 발음하여서..
말 못하는 식물이라고 함부로 하면 안되지 걔들도 얼마나 춥겠니? 하고 대꾸했지만..
말뿐.. 나는 또 잊어버리고 그 아이들에게 물 주는 것도 자주 걸렀다.
물과 햇빛을 사랑하는 벤자민은..좀 말라가는 중이고..
작년 여름 사들인 테이블 야자는 포기를 나누어주었어도 무럭무럭 잘 자라준다.
그리고 왕성한 번식력의 사랑초도,,
오늘은 욕실에 들여놓고 물을 흠뻑 주었다. 그리고 말끔해진 화분들을 다시 제자리에 놓으며 생각하니
우리집에 어울리지 않는 난이 하나 있다.
잘 알지도 못하거니와 그리 고급한 취미도 없어서 난을 사들이는 건 안했는데
아들녀석의 입사기념으로 회사에서 신입사원에게 보내준 것이다.. 다행히 잎이 붙어 있으니 잘 키우진 못했어도 죽이진 않았다..ㅎㅎ
물을 매일 주지 않으면 말라버리는 트리안은 키우다가 하루이틀 물주는 것을 잊었더니 말라서 죽어버렸다..
너무나 번식력이 좋은 양란도.. 내가 치워버린 것 같다..
내 성격에 맞는 것들.. 며칠 지나쳐도 말라죽지 않으며 주인이 안들여봐도 샐쭉거리지 않는
성격 좋은 것들만 살아남은 셈이다.
화초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며 반성한다..
그래도 좀 까다로운 것들도 다시 도전해볼까 하고 마음만 먹어보고 아니아니 도리질을 한다.
그냥 편하게.. 내 성격에 맞는 화초들로 그렇게 적응..
나도 화초도 적응이 잘 되는 것들끼리 잘 지내보기로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
나와 안맞는 사람에게 맞추려 에너지를 소진하고 싶은 생각이 점점 줄어든다.
이제..적응하기에..
그다지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은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