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대신 가끔 고구마를 먹습니다.
밥이 너무 지겨울 때
밥 먹기 귀찮을 때
고구마를 구워 커피와 함께 먹습니다.
가을날 동네에서 빛깔 고운 고구마를 사와 잘 먹고
두번째로 고구마를 시장에서 사와서 또 먹고
세번째로 지난 토요일에 동네 홈플러스에서 고구마를 사와서 혼자 뿌듯해했습니다.
마음이 허기진 것일까요?
먹을 것을 비축해두면 한동안 마음이 풍요로워집니다.
그런데 오늘 아는 지인에게서 강화도 고구마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어머니를 여의고 외가가 있는 강화도에 다녀오며 강화도 고구마를 외삼촌에게 받아오셨는데
제게도 일부를 나누어주십니다.
돈 주고 사면 되는 거 맞지만
가져다주신 정성에 고마워 그것을 헤헤거리며 받아들고 집으로 왔습니다.
한동안 제 허기는 비축해둔 고구마가 동날 때까지는 멈추어 있을 예정...ㅎㅎ
가을 국화를 방 안에 가두어두고 국화향기 맡으며 가을에 도지는 병을 잠시 잠재워둡니다.
그리움도 안타까움도... 그리고 이별의 아픔도....
지난주 친구를 만나러 원주에 다녀왔어요.
친구가 가을날 영월에 단풍보러 가자고 했거든요.. 원주에 도착하자마자 친구 오라버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어요.. 친구 어머님이 위독하시다고 합니다.
원주에서 다시 서울로 저는 돌아왔고 다음날 새벽 친구 어머님은 돌아가셨지요.
며칠 전 친구 어머님 장례식에 다녀왔어요...
그날... 다시 서울로 돌아와.. 혼자 늦은 점심을 사 먹었어요.
돌아보니 저처럼 혼자 점심을 먹는 사람이 꽤 많았어요.
혼자 밥을 사 먹어도 어색하지 않은 그림이 이미 그려져 있던 것을 저만 모르고 있었나 봅니다.
어느날 저는 60대가 되고 70대가 되어
밥 대신 또 커피와 고구마를 먹고 있을지도 모르고
혼자서 식당문을 밀치고 들어선 할머니가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인생
C'est la 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