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녀석의 중간고사에 맞추어
미처 사주지 못한 문제집을 구입하기 위해 서점에 들렀는데
이근처 학교가 아니라고 참고서가 없었다.
없는 시간에 이것저것 들추어보다가
한 권은 그자리에서 독파하고
한 권은 사왔다.
논술공부 대신에 매달 사서 읽히는
독서평설과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시리즈 일본편을 샀다.
유럽편은 오빠네 집에서 굴러다니는 것 가져다 읽혔고
최근에 나온 미국편은 새로 사서 읽혔다.
일본편도 아이가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는 했는데
최근에 트루먼 대통령에 대한 부분이 사회시간에 다루어져
그책에서 읽은 바를 손을 번쩍 들고 발표했다는 녀석의 말에 솔깃 넘어가
나는 아들녀석이 이미 읽었다는 일본편도 사가지고 왔다.
일년간 정기구독하던 과학소년은 중학생이 보기엔 좀 빈약한 듯하여
올해는 신청하지 않았다. 과학동아를 사주려고 하니 벌써 떨어지고 없단다.
아마도 정기구독을 해야할까 보다.
그것도 지난 날에 다루어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녀석이 유심히 보고
학교에서 과학시간에 아는 척을 한 모양이다.
그 소리를 듣고는 과학잡지를 계속 읽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점에서 나와 장을 보러 대형 할인마트에 들렀다.
남편이 없어서 불편한 것은
이처럼 장을 볼 때이다.
그동안 내가 참 편히 살았나보다라는 생각을
이때서야 하게 된다.
카트 밀고 다녀주는 것도 남편이 했고
짐들고 다니는 것도 남편이 했다.
나는 물건 고르고 계산하는 일만 했다.
너무 피곤한 날은 집에 돌아와 장본 것을 정리하는 것도 남편이 하고
나더러 쉬라 하고 그가 저녁을 대신 하는 날도 있었다.
그 모든 편안한 길들임에서 벗어나 사는 일이
때로는 불편하고 답답하다.
그러나...
이내 도리질을 한다.
장본 게 좀 많기로서니
집앞까지 택시를 타면 그만이다.
그리하여 택시타고 들어와
아이들 저녁을 먹이고
큰아이 공부한 것을 들여다 봐주었다.
학교 끝나면 혼자서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다가 오는
착한 아들이
치루는 중학교 첫 중간고사이다.
겉으로는 엄포를 잔뜩 놓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일구어내는 공부의 참맛을
느껴가기를 바란다.
떠먹여주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씹어먹는 공부를 통해
일구어낸 아들녀석의
참 실력이 다소 모자란다고 해도
박수칠 준비가 돼 있다.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으로
공부와 친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믿는다.
아들놈의 성실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