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다.
정말 재미없다.
시간 맞추어 집에 들어오며 수퍼에 들러 맥주를 사고 오징어를 사고
그리고 초콜릿과 아이들 아이스크림을 샀다.
우리집엔 텔레비전이 안나온다.
얼마 전 이사한 엄마집에 아이들이 있었다.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경기를 보러 엄마집으로 갔다.
아들아이와 경기를 보며 열광하다보니 어느새 두골이 들어갔다.
그러나 아들녀석은 모른다.
2002년 내 우울을 이해하려면 그 아이는 더 자라야 할 것이다.
아무런 희망도 없던 2002년 나는 8개월된 둘째를 데리고 일을 찾았다.
그리고 나와 남편은 대책없는 미래를 앞에 두고 월드컵 경기를 보기 위해 티브이 앞에 앉았고
이긴 날은 집앞에 나가 맥주를 마셨다.
거리의 사람들은 축제분위기라 누구를 보나 같이 월드컵의 승리를 축하했다.
그리고 그와 나는 그해 가을
이혼했다.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던 작은아이가 여섯살이 되었고 당시 4학년이던 큰아이가 중2가 되었다.
나는 마흔이 넘었다.
다시 또 4년이 흐르면 나는 2006년의 상처와 아픔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잠 안오는 밤 내가 내 빈가슴을 채우기 위해
안고 잔 작은 쿠션이야기를...
그리고...
미친 듯이
아무 생각 안하고 살았다는 이야기를..
나 그때보다 4년은 젊었다는 이야기를...
울음도 삼켜야 했던 지난날을 말할 수 있겠지.
2010년에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