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2001년 둘째아이를 낳기 한달 전 강화도 석모도에 여름휴가를 다녀온 것을 끝으로
최근 몇년간 여행을 한 적이 없다. 그러나 나도 오랜만에 다음주에 아이들 데리고 휴가를 간다. 작은오빠가 안면도에 숙소를 예약해 놓았다고 하여 휴가를 맞추었다. 내 휴가는 어느해는 이사를 하고 집정리를 하는데 다 써버렸고 어느해는 하루하루 서울투어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했고 그리고 어느해는 큰아이는 캠프를 가버려 작은아이와 둘이 집지키는 것으로 보냈다. 휴가를 앞두면 나는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간다. 다 읽지 못해도 하루이틀은 뒹굴뒹굴 책에 대한 갈증을 푸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일요일에 오래 발길을 끊은 정보문화센터에 도서를 대출하러 것이다. 일상의 오랜 습성에서 보지 못하던 넓은 하늘을 보고 그걸 가슴에 담고오는 작업이 될 것이다. 장그르니에의 지적처럼 졸고 있는 감성을 깨우러 갈 것이다.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군데군데 생겨난 주름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거기 낯선 내가 있다. 마흔이 넘으면 어찌 살지 나는 한번도 그림을 그려본 일이 없었다. 마흔이 되기 전에 죽겠다는 각오도 없었지만 마흔 이후에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고민해보지 않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주름... 주름이 질 나이도 되었지. 마흔 하고도 둘인 걸.. 나는 주름이 두렵지는 않다. 주름보다 더 두려운 것은 깊이를 갖추지 못한 나이먹음이다. 자식농사와 재테크와 자기관리 그리고 나의 그분(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이제 더이상 어리광피우지 못할 만큼 내가 나이들었다는 사실이 두렵다. 일상의 친한 것들과 잠시 결별하고 낯선 것들과 친해지기 위해 여행을 간다. 가서 늘어지는 오후의 낮잠을 즐기고 자연 속에 섞여 있는 아이들이 또 하나의 자연이 됨을 느끼고 올 것이다. 그래서.. 나의 일상과 다가올 가을이 조금은 깊어지길 고대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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