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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청년 이야기

아래 구본형의 책에 의하면

고용인이 아니라 경영자의 마인드로 일에 임하면

그는 단순노동자가 아니라 프로직업인으로서의 아름다움을 발휘한다고 지적한다.

 

그예로 몇사람을 들었는데

저자와 그 가족이 일년에 한두 번 기념일에 가는 레스토랑의 김혜영이란 아가씨의 직업의식에 박수를 보냈다. 오랜만에 와도 그 가족의 취향과 식성을 기억해주고

뭔가 특별한 대접을 받게 해주는 인상 때문에 그 가족은 그곳을 자주 찾게 되었다고 한다.

 

내게도 그런 느낌을 주는 청년이 한 명 있다.

나는 그 청년의 이름도 모른다.

 

내가 운동하러 다니는 헬스장의 젊은 코치가 그 주인공이다.

 

헬스장의 주인인 관장이 다른 바쁜일로 분주한 사이에

몇명의 코치가 아침저녁으로 그곳의 자리를 지켰다.

 

나는 시간 되는대로 아침에도 가고 저녁에도 가고 해서

일정하게 움직이는 편이 아니라

주간과 야간의 코치를 두루 보게 되었다.

 

어떤일을 하다가

잠시 쉬어가는 과도기로서 그곳을 거쳐가는지

동네 변두리의 헬스장에 그리 유능한 코치가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임용고시를 치루고 발령을 기다리는 틈에 그곳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는 젊은이도 있었고

저녁엔 술자리를 다녀왔는지

옆에서 설명을 해주는데

입에서 술냄새가 나서

나를 찌푸리게 한 코치도 있었다.

 

그러다가

지금의 젊은 코치를 본 것은 작년 이맘때쯤이다.

일년을 거르다가

새로 등록하러가니

소지섭처럼 잘 생긴 젊은이가

친절하게 인사를 하며 맞아 주었다.

 

관장은 이 젊은이가 미더웠는지

아침저녁으로 그에게 그 헬스장을 일임하였다.

 

그는 내가 운동을 거르면

문자를 넣어주기도 하고

전화를 걸어서

어찌 지내냐고 근황을 묻기도 하고

인사를 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어쩌다 운동이라도 하러 가면

반갑게 아는 척을 해주었고

들고날때 반드시 눈을 맞추며 인사를 해주었다.

 

내게만 그런 것은 아니고

거기 드나드는 모든이에게 그렇게 친절하였다.

 

내가 어느 시간에 가든

그는 자기 일에 열심이었다.

한가한 시간엔 사이사이 청소를 하고

주변을 정리했다.

 

어쩌다 고용되어 시간을 대충대충 보내는 사람같지 않았다.

 

어느날은 바삐 운동을 하고 나서는 내게 차 한잔을 권하기도 하는 친절을 베풀기도 했지만

나는 시간이 없음을 이유로 고마운 마음만 받고 거절하기도 했다.

 

하루는 밤늦게 언니와 운동하고 나서다가

친절한 배웅인사에

걱정 섞인 염려를 해주었다.

 

젊은 청춘에

아줌마들이 대부분인 곳에서 늦게까지 일하니

데이트는 언제 하느냐고 걱정을 해주었더니

안그래도 여친과 헤어졌다며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 청년 참 반듯하고 이쁘다고 언니와 늘 칭찬을 하곤 했다.

어떤 일을 해도 잘 해낼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다가

요즘에 청년에게 저녁에 다른 파트타임일이 생긴 것인지

그는 주간에만 헬스장에 근무하고

야간에는 다른 사람이 근무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요즘은 저녁에 운동하러 가면

그 청년의 인사를 받지 못한다.

 

청년의 빈자리가 곳곳에 생기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헬스장 이용시간을 한시간 앞당기자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급기야는 이번 기간만 끝나면

더 시설좋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자고

같이 다니던 언니와도 작당(?)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낮에 청년이 전화를 걸어 왔다.

 

삼십분 더 늦추기로 했다고 일일이 전화를 걸어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아침에도 안보이는데 저녁엔 운동하러 나오시냐고

내게 근황도 물었다.

 

나는 청년의 자세가 아름다워 하루종일 훈훈했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그만이 가능한 일로 바꾸는 것이 프로정신이라고 여긴다.

 

그것이 사람을 진지하게 여기고

자기의 일을 사랑하는 자세일 것이다.

 

부족하지만

내가 아들아이를 할 수 있는 한 간섭하며 키우는 이유는

내 아들에 대한 열정이며 관심이다.

 

일에 대한 태도와 열정에서

신명나게 하는 사람을 쫓아가기 어렵다.

 

노력하고 성실한 사람보다

신명나게 하는 사람이

즐겁게 그일을 하기 때문이다.

 

신명나게 하는 일의 자세..

 

그 청년에게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