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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륵

제    목 :[인물] 이미륵
게 시 자 :sj0908        게시번호 :3663
게 시 일 :98/11/09 17:31:50      수 정 일 :98/11/09 17:38:54
크    기 :1.7K                   조회횟수 :32

 이미륵(李彌勒:1899~1950)의 “압록강은 흐른다”를 얼마 전에 읽었다.

학교 때 교수님이 지나가던 말투로 이 책을 언급했는데 그게 대동강인지 압록강인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아 못찾아보고 있다가
도서관 서가에서 그 책을 발견하곤 얼마나 반가웠는지...

양반가의 한 소년으로 살았던 유년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처음엔 한학을 배우다 아버지의 권유로 신학문을 접하게 되어 의학공부를 하다가
3.1만세운동과 관련하여 유럽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미륵은 필명이고 본명은 李儀景이다. 독일의 뮌헨대학에서 동물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곳에서 한국학, 동양철학, 한학을 강의하다 타계했다.

당시 독일어로 쓰여져 발표됐던 “압록강은~~~”은 한국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한다.

고향의 풍습을 그리워하며 독일어로 그려냈을 그의 심정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온다.

고향의 어머니와 가족들을 얼마나 그리워했을까?

아무리 역사가 나와 무관하다고 떠들어 댄다해도 이처럼 국가나 사회상황이
개인을 간섭하는 데야 어찌 무관할 수 있을까 싶다.

그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에 등장하는
후버 교수와도 친분이 있었다 한다.

내가 읽은 책은 독일에 도착할 때까지의 유년의 기억이 수채화처럼 그려져 있었다.
선비로서의 기품과 단아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전혜린의 몇 안되는 번역서였다는 데 감격하며 읽었다.

장황하게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순간에 끝나버리고 마는 우리의 기억 때문이다.

이미륵에 대해 들은 몇분간의 단서가 내 뇌리에 박혀 있다가
10년 가까이 지난 어느날 책으로 만나게 된 우연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이다.

고3때 국사선생님이 말씀하신 암태도 소작쟁의 사건도 몇년 후
송기숙의 “암태도”를 읽으며 다시 기억해내었다.

우린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끼치며 살고 있다.

지금 우리가 떠드는 이야기가 몇년 후 아니 10년 후
누구의 뇌리에서 살아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아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