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생각] 부모와 자식 게 시 자 :sj0908 게시번호 :4562 게 시 일 :99/07/07 10:38:59 수 정 일 : 크 기 :693B 조회횟수 :36 |
어릴 때 나는 우등생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말 잘듣는 모범생은 됐었다. 공부도 못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나는 아버지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공부했다. 공부라도 잘하는 게 효도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공부가 전부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아들에게 공부를 매일 시킨다. 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이다. 어떤 때는 노느라 피곤한 아이가 짜증을 내기도 한다. 나는 아이에게 말한다. "어떻게 너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사니?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해야 한단다."라고. 그리고 시간을 아껴쓰는 지혜와 공부에서 얻어지는 성취감을 느끼고 터득해 가길 바랄 뿐이다. 그것이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살아가는 자세가 되지 않을까 하는 내 작은 소망이다. |
제 목 :[잡담] 애착 게 시 자 :sj0908 게시번호 :4564 게 시 일 :99/07/07 14:11:10 수 정 일 :99/07/07 14:13:27 크 기 :2.2K 조회횟수 :47 |
남편은 개를 참 좋아한다. 주인을 알아보는 충직함을 높이 사는 편이다. 하지만 나는 여러 사람이 같이 사는 공동주택에 사느라고 개를 키우지 않는다. 몇번이나 술에 취해 강아지를 사온 적이 있지만 집에서 키우지는 못했다. 그런 안타까움때문일까? 남편은 숨쉬는 모든 동물에게 지극한 애정을 품고 있다. 나는 몇년 전 아이의 정서에 보탬이 될 것 같다는 이유에 현혹돼 병아리를 두 마리 시장에서 사들고 왔다. 한쪽에 박스를 놓고 병아리를 키웠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이 너무나 열심히 모이를 줘대는 바람에 나는 모이에 신경쓸 일이 없었다. 그러면서 매우 흡족해 했다. 고 작은 병아리가 모이주는 자기를 알아본다는 것이다. 나는 "달리 새대가리라고 하는 줄 알아? 새가 무슨 지능이 있어? "하면서 곧이 듣지 않았지만 남편은 그래도 자기를 알아보고 고개를 든다고 흐뭇해 했다. 병아리가 중닭이 됐을 때 마당있는 집으로 보냈다. 아들아이는 지금도 두고두고 얘기한다. 그 때 왜 보냈느냐고 하면서 말이다. 사람살기도 비좁은데 키울 자리가 없어서였다고 하는 건 아이에겐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지 애석해 한다. 그러다가 강아지는 너무 크고 병아리는 실내에서 키우기 부적합하니 거북이를 키워보자고 했다. 전처럼 남편은 먹이주는 데도 열심이고 물갈아주는 데도 열심이어서 내가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면서 거북이가 먹이주는 자기를 알아본다고 내게 한바탕 호들갑을 떤다. 자기만 나타나면 고개들고 반긴다는 것이다. 으이구 내가 가도 고개는 들더라 뭐 하면서 나는 이번에도 별로 반응을 안 보였다. 그런데 두 마리 중에서 한놈이 자기에게 반항한다면서 거북이를 손톱으로 툭 친 모양인데 이놈이 엎어져서 반응이 없다가 죽어버렸다. 왜 그랬어? 하고 물으니 자기가 쓰다듬어주면 한놈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반기는데 이놈은 뻗댄다는 것이다. 그게 미워서 한대 쳤다고 한다. 자기의 애정이 전달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가 한 마리 생명을 죽였다. 나는 그일을 겪으며 생각해 보았다. 자식을 키우는 것도 애정이 지나치면 서운해서 분노하고 저렇게 죽게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였다. 무심하게 잘 자라고 있나 가끔 들여다보는 것이 게으를지언정 죽이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동물을 좋아하는 남편도 마음이 안좋았는지 출근해서는 나더러 그 거북이 멀쩡해졌나 들여다보라는 전화를 해왔다. 저녁에 돌아와서는 기분이 안좋은 것 같았다. 거북이한테까지 그렇게 인정받고 싶었수? 하고 물으니 그냥 말없이 쓸쓸히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