퀼트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자주 가던 사이트도 멀리 했었다. 보는 것도 힘이 들어서였다.
나도 요기 올망졸망 올려진 트리를 만들었는데 다 남주고 집엔 한개도 남아 있지 않다. 이건 내가 만든 게 아니고 퀼트사이트에서 가져왔다.. 보는 것만으로 푸근해지는 퀼트트리들...
두꺼워진 외투에서 겨울을 느끼기 시작하면
크리스마스 리스와 산타양말을 거는 것으로
나의 12월준비는 시작된다.
얼마 전 오래 전에 퀼트로 이어붙여 만든 커다란 산타양말을 꺼내어 문에 고정시켰다.
그걸 걸어두면 큰아이는 산타에게 자기의 선물목록을 미리 신청하곤 했는데
나는 그걸 슬쩍 컨닝하기도 하고
아이를 잘 아는 어른들에게 조언을 받아
녀석의 선물목록을 챙겨두곤 했다.
초등학교 6학년 겨울 아침에 머리맡에 산타선물이 없다고
꺼이꺼이 울던 아이는 이젠 그 산타가 엄마였음을 안다.
중학교 들어가는 녀석이 순진하게도 산타를 믿어온 것이다.
아이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해마다 머리맡에 선물을 놓아주는 것이 나의 큰 기쁨이었다.
그러나 그해는 선물을 사러 나갈 시간도 없어서
나는 작은아이 장난감만 고르고 큰아이것은 못챙겼었다.
그때까지 굳게 믿던 산타가 자기를 찾아오지 않았다고 꺼이꺼이 울어서
선물 준비를 못한 나를 미안하게 했던 녀석이다.
그래도 그게 행복한 추억이었는지 동생이 6학년 때까지 그 즐거움을 느껴야 하니
자기는 비밀로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해준다.
올해는 선물을 사러 시간을 꼭 내서 쇼핑을 나가야겠다.
아직은 유년의 꿈을 키워야 하는 작은 아이를 위해서...
크리스마스는 노래와 함께 온다.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칸타타로 입과 귀가 즐거워진다.
올해는 헨델의 메시야 중 할렐루야를 그 중 한 곡으로 부른다.
언젠가 그리 크지 않은 교회에서 겁도 없이 헨델의 메시야를 완창한 기억이 있다.
한달간 수요일과 토요일에 성가연습을 하러 열심히 다니던 날이 새롭다.
성가대 지휘자는 일일이 녹음을 해서 테이프를 만들어 주었다.
집에서도 성가를 듣고 멜로디를 중얼거리고 다니기도 했었다.
늘 시간은 바쁘고 힘들었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라 즐겁게 했던 것 같다.
올해도 부족한 연습시간을 채우려고 주말에 연습일정이 잡히긴 했지만
과연 하루라도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작년에 나는 단 하루도 평일의 연습시간에 못갔다.
주말마다 친구를 만나고 가족단위의 연말송년회에 빠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연습하는 과정이 더 즐거운
크리스마스 칸타타...
그렇게 끝나고 나면 2006년도 마감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