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데이트

 

평소보다 두시간쯤 일이 일찍 끝났다.

 

괜찮은 영화를 한편볼까 하고 생각하다가

갑자기 생긴 여유라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골라잡긴 싫어

전화기를 만지작거렸다.

 

이렇게 여유가 생겨도 딱히 만만하게 불러낼 사람도 별로 없으니

과히 능력이 있는 편은 못된다.. ㅎㅎ

 

근처에 오면 연락하라던 선배생각이 나서 전화를 거니

오늘도 야근이란다.

선배가 만드는 책의 마감이 다가오는 모양이다.

 

그래도 근처에 있으면 잠깐 들어왔다 가라고 해서

충무로에 내려 선배가 일하는 사무실에 얼굴을 디밀었다.

 

저녁을 시켰는지 식사를 하려고 했다.

내것도 시켜주겠다고 했지만 얼굴만 보고 가려했기에 관두라고 했다.

양이 많다는 선배의 저녁야식을 기어이 나누어먹고야 말았다.

 

30분 정도

선배의 큼지막한 책상에 옆에 앉아

여기저기 널린 교정지며 원고를 흘깃보고 돌아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어느해인가 엄마가 입원해 있던 제일병원 앞을 지나오니 예전처럼

애완견가게가 눈에 많이 띄었다.

 

대한극장의 간판도 눈에 들어왔으나

일찍 들어가 아이들 얼굴이나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귀가했다.

 

나를 배웅하며 건네준 선배가 만든 책을 지하철을 타고 오며 휙휙 넘겨보았다.

평소에 선배가 말한대로 인터뷰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신문사기자 시절부터 인터뷰를 많이해서 인터뷰에는 도가 튼

우리 선배...

 

학창시절이나 지금이나

별로 늙지도 않았는데 벌써 두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아이들 육아문제를 같이 의논하는 사이가 되었다.

 

내 머리를 보더니 한마디 한다.

좀 튄다는 표현을 아주 점잖게 돌려서 말하고 있었다.

 

나는 킥킥대고 웃으며 응대했다.

워낙 평범하게 생겨서 머리에 무슨 짓을 하든 나는 하나도 야한 구석이 없으므로

괜찮다는 넉살을 떨었다. ㅋㅋㅋ

 

선배의 일이 편안해보여서 보는 나도 마음이 편했다.

 

내가 참 좋아하는 선배언니...

 

잠깐 보는 것말고 한번 만나

수다를 떨어야 하는데...

언제쯤 또 만나지겠지..

 

살다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