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보금자리가 마련되었다.
문을 열면 산이 보인다.
언젠가 작은 아파트 5층에 살게 되었을 때 내 우울을
달래 준 건 그집 베란다에 걸린 산이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로 아무 생각없이 살아야한다는 부담도 잠시 문에 걸린 푸른 산에
홀려 난 그집을 계약했다.
아주 작고 아담한 집이다.
남편의 사업실패와 연이은 생활의 변화로 언니네 집에 와서 살게 된
그날 저녁 작은 아이를 친정엄마에게 며칠간 보내고 식구들 다 나간 틈을 타 한참을 통곡하며 울었다.
그리고 이틀 후 내
생일이었다.
미역국이 뭐 대수냐 싶게 늦은밤 집에 돌아오는 눈가에 눈물이 맺혔었다.
이제 아이들과 독립된 공간을 갖게 돼
기쁘다.
창고에 박힌 냄새나는 책들을 풀러 일부는 버리고 일부는 가져갈 것이다.
아이들과 내 영혼을 살찌게 해주고 위안이 돼
줄 책들을 하나하나 꽂으며 살아갈 것이다.
일년에 한번 있는 여름 휴가에 나는 이사를 한다.
어쩌면 이 컴퓨터에 한동안
글을 못올릴지도 모르겠다. 컴퓨터가 정돈되고 통신이 연결될 때가 언제인지 알 수 없으니까...
무명의 말없는 내 독자들에게 그리고
또 하나의 내 자아에게 하는 인사.
그동안 참 잘 견디어 냈어.
너니까 그럴 수 있었지.
이젠 울지 말
것.
이를 악물고 견딜 것.
왜?
네 생명을 받은 아이들에게 흐트러진 모습은 안보이는
거야...
보물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