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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발리에서 생긴 일

사랑은 영원한 주제이다.

노래의 주제고 드라마의 주제고 또 소설의 주제고 영화의 주제이다.

 

요즘 아들놈이 몰입해보던 천국의 계단을 같이 보긴 했지만 나이들은 탓인지

너무 유치해서 자꾸 딴 생각을 하게 됐다. 몰입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조인성과 소지섭의 연기가 대조를 이루는 발리..를 주말에 보게 됐는데

처음엔 부유층자제들의 노는 짓거리로 비쳐지다가 나를 점차로 티브이 앞에 다가서게 만들었다.

 

소재의 특이성 때문이라고들 떠든다.

 

전엔 부유한 집 남자의 특권으로 여겨지던 즐기고 놀기가 

가진 여자도 액세서리처럼 가난하고 백없는 남자를 여벌로 소유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어젠 졸다가 무심코 바라보니

강인욱으로 분한 소지섭이 하지원에게 가진 자의 헤게모니 어쩌구 하는 게 들렸다.

작가가 계급의식에 대한 인식도 있는 모양이구나 졸다가 문득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말한다.

조인성의 그 재미난 표정 때문에 발리를 보게 된다고.

 

깎아놓은 조각처럼 오똑하니 날카롭게 생긴 남자가 코믹한 표정을 짓는 게 귀엽기도 하고 재미도 있긴 했다.

약간 뺀질거리고 코믹한 게 어울리던 소지섭은 이번엔 좀 느끼하고 무게잡는 역으로 나오긴 해도 잘생긴 남자의 눈빛연기를 바라보는 일도 즐거웠다.

 

가지고 있는 것을 결코 포기해가며 사랑을 선택할 수 없는

너무 많이 가진 사람들과

너무 가진 게 없어서 때로 가진 자 앞에서 자존심도 체면도 구겨져야 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의 애환이 대조적으로 보인다.

 

엔딩에 나오는 주제가가 한동안은 귀에 울리겠지.

다음주 종영을 앞두고 있는데

빤하지 않는 결말이 기대된다.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소박하고 따뜻하게

조심조심 그려지는 모습에

나도 처음 사랑할 때의 그 마음을 떠올려보며

빙그레 미소지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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