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썸네일형 리스트형 권태 회색의 하늘과 잿빛 거리를 생각하는 때는 언제나 내게 봄이다. 여기저기 피어오르는 그 생명들이 몹시 낯설어 자꾸만 자꾸만 쪼그리고 앉아 올라오는 고 작은 꽃망울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겨우내 나는 어둠과 맞서서 술을 마셨으며 책에 고개를 박고 모른 척 외면을 했었다. 그 사이 곪은 상처는 .. 더보기 사고 치는 둘째 이야기 아침에 일찍 깨어 물 달라고 하는 둘째 아이 때문에 잠이 깨었다. 물을 마시고 잠도 안자고 어젯밤 읽어준 동화책을 뒤적이며 혼자 중얼거리며 내용을 꿰 맞추며 책을 읽는다. 내가 큰아이를 붙잡고 공부를 시키고 있으면 이 녀석은 저를 안봐준다고 샘을 내는지 꼭 사고를 친다. 여름에 어느날인가도 .. 더보기 우울해 날씨가 추워졌다. 집에 오는 길 김치부침개 생각이 간절하여 집에 가면 저녁에 김치부침개 해먹고 느긋하게 아들놈의 공부를 봐주려고 생각하며 종종걸음치며 들어왔다. 그러나 하루종일 뭐했는지 안되어 있는 공부에 화가 나고 우울해서 아들놈 회초리로 때리고 추운데 세워놓고 나는 반죽을 하여 .. 더보기 대학 친구들 모임 졸업하고 한동안 못보던 친구들과 연락이 되어 두세달 전부터 모임을 갖게 되었다. 오늘 그친구들과 연말 송년회를 했다. 동동주에 파전 그리고 알탕 골뱅이무침을 먹으며 막강한 안주실력을 과시하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하며 우리들의 20대를 추억하기도 했지만 역시나 .. 더보기 명동나들이/일기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함께 일년에 몇번은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물어주고 맛있는 밥도 먹는 친구들이 있다. 이 친구들은 연말이면 근사한 곳에서 만나 기분도 내고 밥도 먹곤 하는데 올해의 송년모임을 오늘 명동에서 갖자고 연락이 와서 친구들을 만나러 오후에 명동에 갔었다. 비가 오는 길에 우산을 .. 더보기 <시>김춘수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 더보기 큰아들 내가 참 공평하다고 느끼는 부분 중 하나가 하루24시간이라는 점이다. 부자든 가난한 이든 누구에게나 시간은 동일하게 주어진다.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다. 몸이 너무 아프기도 했고 늦게 낳은 둘째에 대한 책임감도 느껴지고 해서 없는 시간을 쪼개어 저녁에 운동.. 더보기 아버지 6주기 오늘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6주기가 되는 날이다. 친정에 가서 제사를 지내고 음복을 했다. 외아들이신 아버지가 제사를 지내실 때면 시중들고 있는 나를 데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시곤 했다. 제사를 마칠 때쯤에 물기를 올렸다 내리는데 겁많은 나더러 늘 그물을 마시라고 주시곤 했다. 오빠들보.. 더보기 이전 1 2 3 4 ···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