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이 전주곡처럼 귓전을 스친다.
자꾸 졸음이 쏟아져 아이들과 낮잠을 자고 나니
저녁이 되었다.
어제 장을 본 덕에 오늘은 교회 다녀오는 일빼고 문밖에도 안나갔다.
오늘은 주일예배에 할머니들이 나오셔서 특송을 하셨다.
한복을 곱게 입고 안경을 걸치시고 노래하는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목사님은
지금 젊은 여인들도 어느날인가 금방
저렇게 된다고 농담을 건네셨다.
눈 한번 감았다 뜨면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것처럼
50이 되고 60이 될 것이다.
할일이 태산인데 다시 또 침대 위를 뒹굴다가
컴퓨터를 부팅한다.
장마철이면 아버지 팔베개를 하고 누워 빗소리 들으며
자던 어린시절이 떠오른다.
아버지 팔베개를 참 많이 베고 누워 잠들곤 했었다.
지금은 큰아이와 달리 애교가 철철 넘치는
네살짜리 둘째가
늘 내 무릎에 파고든다.
컴퓨터를 할 때도 파고들고 내가 책을 보고 있을 때도 파고든다.
그러면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를 들여다본다.
거기에
나의 네살 적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 눈망울 때문에
나의 아버지도 나를 무릎에 끼고 사셨을 것이고
외출하실 때마다 액세서리처럼 나를 데리고 다니셨을 것이다.
아이의 눈을 한참 들여다보니 늦은 저녁이 되었다.
어서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빗방울 소리 들으며 잠에 빠지고 싶다.
비오는 날은 누워서 잠을 자야할 것 같은
기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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