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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영어경시대회

어제 아들녀석이 불쑥 영어경시대회에 예선으로 뽑혀
5~6학년 학생들이 모여 보는 시험을 보게 됐다고 전했다.
거기 뽑히면 학교 대표로 전국대회에 나간다는 말도 했다.

15명 정도 모여서 시험을 봤는데 오늘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으래? 하고 끄덕여주기만 했다.
뭘 하고자 하는 의욕이 대단했다고 여겼을 뿐 내심으론 아들녀석에 대한
별 기대가 없기 때문에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오늘 학교에서 돌아와 내 핸드폰으로 전하는 소식은
실망한 목소리였다.
그러면 그렇지 뭘 1등씩이나 하는 실수를 했으려고?

별 기대가 없어서 실망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들녀석이 전하는 소식은 나를 아연하게 했다.
담임선생님이 그러시는데 너무 아깝게 1등이 안됐다는 것이다.
단어의 철자 한 자를 잘못 써서 99점으로 2등이 되었다는 것이다.

1등은 전교어린이 회장하는 녀석이 차지했단다.

그래도 너무 잘했네 하고 칭찬해 주었다.

아마도 1등을 했다면 아무것도 지원해주지 못한 내가
너무 미안해 한심했을 것이다.

아침저녁 영어 테이프듣기 30분씩밖에 한 게 없는데
그게 모여서 어느덧 실력이란 것을 갖추어가나보다.

자는 아들녀석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착하게 잘 커주고 있어서 너무나 고맙다.

어제는 도서관의 성인서가에 가서 책을 대출해 왔다.
어린이서가 책이 아니라고 지적했더니
이제 아동용책은 자기 수준에 안맞는다는 건방을 떨어
어릴 때의 나를 보는 것같아 속으로 웃었다.

11월의 날씨는 쌀쌀하고 차가워서 참 좋다.
어느날 비가 오고 나면 후두둑 지고 말 단풍잎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가을의 끝

떨림 한 자락 간직하고
11월을 시작한다.

차갑고 맑은 머리로
살게 되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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