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하고 피곤한 한달이 지나면
또다시 고단한 한달이 기다린다.
산을 넘으면 또 넘어야할 산이 있다.
끝나지 않는 힘든 일들은
통과의례처럼 나를 기다린다.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일과들을 하다보면 어느새 한달이 훌쩍 가버린다.
4월도 봄을 느끼기보다
바쁜 일과 속에서
정신없이 지나갔다.
이제 일주일이 지나면 계절의 여왕인
5월이다.
저녁에
아이들 데리고 미용실과 서점과 시장을 들러
아들놈들 머리를 예쁘게 자르고
다가올 시험을 잘 치루고 싶다는 아들놈의 기대를 생각해
문제집을 여러권 사고 시장에선 매번 비싸서
오렌지나 바나나를 사거나 딸기를 사다가
오늘은 그래도 먹고 싶은 사과를 샀다.
사과의 새콤한 과육을 오렌지나 딸기보다 좋아하지만
왜이리 가격이 오른 것인지
선뜻 잘 사지지 않았다.
50%할인하는 가게에선 아이스크림만 샀다.
작은아이가 눈만 뜨면 아이스크림을 달라고 떼쓰는 통에
요즘 자주 사게 된다.
김장김치가 이젠 시어서 더이상 먹을 수 없게 되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나는 엄마에게 뭘 달란 소릴 잘 안한다.
그래서 손해보는 게 많긴 해도
타고난 천성인걸 어쩔 수가 없다.
언니네는 몇번이나 엄마에게서 새 김치를 가져다 먹었지만
말하지 않는 내겐 며칠전 엄마가 다녀가실 때 총각김치가
처음이었다.
그래도 엄마도 무심하셔서 언니네 줄 때 우리것까지 챙겨줄 생각을
잘 못하신다.
김치를 사야겠다고 말하는 걸
무심결에 말하는 걸 들은 언니가
오늘에서야 엄마네서 얻어온 김치를 나누어줄 생각을 한다.
김치가 뭐라고 이렇게 보물 다루듯 모셔오는 건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저녁에 일을 하다가
아들놈공부를 정리해주려고 들여다보니
일주일 내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땡땡이친 흔적이 역력했지만
매를 드는 것도 기운이 달리고
소리지르는 것도 지쳐서
벌을 서게 했다.
말은 청산유수로 잘하지.
내가 한달 전에도 이젠 학원에 가라는 말에
혼자 공부하는 게 더 잘하는 거란 소릴 내게 하면서
집에서 혼자 하겠다고 해서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사다 놓은 문제집을 쪼개서 매일 할 분량씩 나누어주려다말고
저걸 왜 사왔나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자는 아들놈 얼굴을 들여다 본다.
내 게으름을 탓하는 게 더 맞다.
피곤해 지쳐 돌아오면
아이들 눈맞추기도 바빠서
일기쓰기나 준비물 정도만 겨우 챙겨주고
아이를 체크할 틈이 없었다.
칭찬을 먹고 자라는 게 아이들이라는데
내일부터는 더 잘하라는 격려와 함께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더불어
오래 잊고있던
잠자리의 축복기도도
다시 시작해야지.
그러다보면 힘든 싸움을 거치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는 모자지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