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피곤해
푹 자고 일어나
일요일에
아들놈의 공부를 봐준다.
오늘은 아침부터 검사를 해보니
글쎄 일주일치 공부가 거의 비어있는 것.
회초리를 들고 아이의 엉덩이를 때리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작은놈이
때리지 마.. 하고..소리를 지른다.
아침을 주려다말고 벌어진 일이라
밥도 굶기고
나도 기운이 빠져
읽 /던 책을 마저 읽고
나니 아침 한나절이 다갔다.
머리가 어수선하여
책장정리부터 시작하여
여름옷정리를 하고
다림질까지 하고나니
저녁 7시.
물론 아들놈은
하루종일 밀린공부를 했다.
아이가 그리 태만한 것을
한달을 지켜보다 매를 들었으니
내가 심했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그래도
반항안하고 하루종일 책상머리에 앉아있는 놈이
내심 신통하기도 했다.
락스뿌려 욕실청소까지 하고났더니
온몸이 나른하다.
게다가 하루종일 비까지 내리니
기분도 울적하다.
청소를 하며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나는 왜 바로바로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었다가
한짐씩 덜어내는지 알 수없는 일이다.
아마도 미련탓이겠지.
정돈된 집을 보니 기분이 한결
산뜻하고 정갈해진다.
마음의 묵은 때를 벗기듯
버려야할 것들을
버리고나니
개운해진다.
마음에 남는 미련들
그리움이나
미움도
이렇게 덜어내고 나면
마음도 정돈이 될까?
내 마음의 방엔
쓰레기가 너무 많이 들어차 있어서
청소하는데 너무오래 걸릴지도 모르지만
이젠 전부는 아니어도
가끔씩은
묵은 미련들을 덜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든 이 세상 떠나는 날이 올 때
미련두지 않기 위하여.
무엇부터 할까?
오늘은
하주종일 고생한
아들놈의 마음을 풀어주고
입을 즐겁게 해주어야지.
그래서 지금 슈퍼다녀올까 한다.
우산쓰고 듣는 빗소리
예나 지금이나 참 좋아하는데
빗소리가 후두둑 들리면
봄밤에 간식사러간 날을 기억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