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남편의 생일날이다.
미역국 끓이고 이것저것 반찬 마련하고
아들놈의 용돈수준에 맞는 선물 하나 고르게 하고
케이크 사다 놓고
현관문으로 남편이 들어서면
반갑게 맞이하며
맛있는 저녁을 대접하고
그가 좋아하는 술을 같이 마시며
생일을 지냈다.
눈물나게 외로운날
오늘은 남편의 생일날
나는
오늘 저녁
아들에게 삼겹살을 구워 먹이고
한달이나 넘게 냉장고를 굴러다닌
와인의 코르크를 따서
술을 마셨다.
그래도
남편에게 전화하지 않는다.
그가 내 생일날을 기억하지 못하듯이
나도 아는 척하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와인 한병을 다 비우고 앉아
혼자 눈물 짓는다.
남편이 그리워서는 아니다.
내가 사는 삶이
너무 힘들어
눈물 짓는다.
아들이
공부방으로 들어간 사이
나는 눈물을 훔친다.
힘들지
힘들지 않다면
오만이고 거짓말이지.
며칠전에
동네 서점에 부탁한
최영미의 시대의 우울을 사들고 들어왔다.
10년 안에
아들 둘 데리고 유럽 여행하고 싶다.
울지 말아야지.
분명
남편이 그리워서는 아니다.
마흔의 나를 지켜보는 일
그것이
너무 힘겨워
나는
술마시고
혼자 울고 있다.
와인
한병이 내게 준
위안
눈물
.
.
.
눈물이 나면 울어야지.
울고 나면
개운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