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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수다

1. 큰아이 이야기

 

  어제 아침 갑자기 내게 묻는다.

  엄마는 반미야 친미야?

  갑자기 생뚱맞은 소릴 한다 싶었지만 역시나 엄마로서의 중심을 잡고

  둘 다 아니야.. 엄마는 실리가 중요해. 우리나라에 유리하면 되지.

 

  난 반미야.. 나중에 테러리스트가 될 거야?

  요즘 사준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 미국편을 본 영향이려니

  생각하고 차분하게 물어본다.

  그 책에 이원복 교수가 그렇게 주장하든?

  내 고정관념엔 보수주의자로 알고 있어서 나는 물어보았다.

 

  아니야

  그 책엔 그런 말 없어.

  사실만 적혀 있더라구..

  그런데 이슬람사태를 읽고 나니까 화가 나더라구..

  어느새 책에 이입되지 않고 자기주장을 펴는 아이가 되었다.

  비판적으로 책을 읽는 아들이 대견해서 혼자 빙긋이 웃었다.

 

 2. 작은아이 이야기

 

  나는 어려서부터 장이 안좋다.

  그래서 찬음식을 먹으면 꼭 탈이 난다.

  여름철 참외를 먹으면 설사를 해서  수박을  제외하고 여름과일은

  잘 먹지 않는다.

 

  큰아이와 마찬가지로 작은아이도 나의 안좋은 장을 물려받아

  밥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변을 보는데 애를 먹는다.

  워낙 먹는 것도 입에 맞는 것만 골라먹다보니

  양이 적어서 변을 몰아보곤 한다.

 

  큰아이가 변 때문에 애를 먹이다가 학교들어간 이후 좋아졌는데

  다시 또 아이를 낳아 변 때문에 고생이다.

  변을 볼 때마다 끙끙대는 아들놈이 안쓰러워 아이를 붙잡고 같이 들여다봐준다.

  하루에 몇번을 아이 엉덩이를 씻기다보면 손에서

  대변 냄새가 퐁퐁 풍긴다.

 

  어느날 저녁은  그 손에 향수를 뿌리고 잠든다.

  에미 맞기는 한지 내아이 변이라도 냄새는 난다.

  향기롭다고 하진 않겠다.

 

 3. 가을이 오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얼굴이 점점 시원해진다.

 

  긴팔옷들을 꺼내야 할 것 같다.

 

  푸른 색의 아오리사과를 볼 때부터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는 것을

  느끼고 무더위를 기다릴 수 있었다.

 

  매일매일 아삭거리는 사과를 먹으며 가을을 기다린다.

 

  거울을 들여다보니

  어느새 자란 머리칼이 어깨를 덮는다.

  가을이 오기 전에 머리손질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4. 책읽기

 

  바람부는 날

  읽기 위해 시간을 내서

  서점에 가고 싶다.

  눈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새 책냄새들을 맡다보면

  어느새 깊어진 가을이

  내게 인사할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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